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내란 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재판에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출석한 건 지난 7월 3일 내란 재판 이후 85일 만이다.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수용번호 ‘3617’이 적힌 흰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짧은 머리에 얼굴은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장이 ‘성명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윤석열입니다”라고 말했다. 생년월일 질문에는 “60년 12월 18일”이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신청한 보석 심문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약 15분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구속 후 1.8평짜리 방에서 서바이브(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주 4~5일 재판이 진행돼야 하고 또 특검이 주말에 부르면 가야 하는데 구속 상태에서는 응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숨 못 쉴 정도의 위급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보석을 인용해주시면 아침과 밤에 운동도 조금씩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며 “불구속 상태에서는 협조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구속 상태가 계속되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일주일에 몇 개씩 (재판을)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안 나오면 또 구속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팀을 향해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특검의 추가 소환에 대해서는 “알아서 기소하고 싶으면 기소하고,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차라리 처벌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특검 측은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다”며 보석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수사를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구속한 상태”라며 “보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특검이 추가 기소한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준식 신지호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