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간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3500억 달러(약 490조원)라고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미국 요구대로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수하지만 미측은 관세 인하 전제조건은 현금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측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은)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유럽연합)에선 9500억 달러, 일본에선 5500억 달러, 한국에선 3500억 달러를 받는다”며 “이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무역 합의에 따른 투자금은 각국이 미국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투자의 세부 사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부분을 보증·대출로 이행하려 하지만 미측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화 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우리 정부에 투자액을 더 증액해 일본의 투자액인 5500억 달러에 조금 더 근접하도록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트닉은 일본과 유사한 조건을 한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일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의 ‘선불’ 발언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대미 관세협상에 임하고 있다. 아직은 대미 투자 금액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외국에서 수입되는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다음 달 1일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 7월 반도체·의약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최종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어 약속이 지켜질지 미지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의약품 수출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였다.
나성원 이동환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