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겨 한국적 정서와 이야기를 고스란히 펼쳐낸 토종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가 오는 1일 개봉한다. ‘귀멸의 칼날’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인 상황에서 보편적 감성을 앞세운 이 작품이 ‘K 애니’의 저력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작품을 연출한 김용환(사진)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개봉에 앞서 캐나다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OIAF)에서 상영했을 때 엔딩 직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며 “눈물을 흘리는 외국인 관객을 보며 ‘한국적 이야기가 세계에도 통하는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보편적 정서가 담겨 있어 해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의 편지’는 전학생 소리가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의문의 편지를 시작으로, 편지 속 힌트를 따라 다음 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2018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조현아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인 OIAF를 비롯해 아카데미 공식 지정 국제영화제인 폴란드 애니메이터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에도 초청됐다.
높은 해외 관심의 배경에는 원작의 보편적 메시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적 색채를 살리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다. 예컨대 청량한 여름날의 정서를 화면에 담기 위해 전국을 돌며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서울 동호대교, 경남 하동군 시골마을, 강원도 원주 기차 건널목 등 실제 장소를 촬영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배경을 만들었다. 학교 장면도 답사를 통해 실제 학생들이 쓰는 필기구까지 파악해 디테일을 더했다.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보컬 이수현이 생애 처음으로 목소리 연기에 도전해 기대감을 높인다. 주인공 소리 역에 목소리를 더한 그는 메인 OST의 가창까지 맡았다. 김 감독은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가 극의 정서와 잘 어울렸다”며 “녹음 전 더빙 감독과의 장시간 대화와 연습을 거쳐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전문 성우진인 김민주, 민승우, 남도형도 참여했다.
제작에만 약 5년 반이 소요됐고,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 보니 6년 10개월 만에 상영하게 됐다. 원작이 기승전결의 완결형 구조를 지닌 만큼, 시리즈가 아닌 극장판으로 제작해 감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김 감독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의 영향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팬을 넘어 일반 관객도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찾는 시대가 왔다”며 “세계적 수준의 한국 아티스트와 스튜디오가 역량을 입증한 만큼 투자와 제작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일본 작품과의 경쟁보다는 작품 자체의 매력에 관심이 집중됐으면 한다”며 “관객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