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기능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이재명정부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등 금융 체계 개편 내용을 뺀 수정안이지만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을 시작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 정부 부처 개편에 맞춰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 특별위원회 활동이 끝나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증을 고발할 수 있는 국회 증언감정법 등 4개 법안을 오는 29일까지 본회의에서 차례로 처리할 방침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표결 처리 후 쟁점 법안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상정했다. 민주당은 당초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우선 처리할 4개 법안에 포함했다가 막판에 증감법으로 교체했다.
공익신고자보호·공공기관운영·통계·민주유공자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4개 법안 표결 처리 과정에서는 민주유공자법을 놓고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많은 결과가 나오면서 개표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우 의장이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많을 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재투표를 안 해도 된다”며 개표를 강행했으나, 이후 공익신고자보호법 개표 결과를 두고도 재차 논란이 일었다. 흘려 쓴 2표를 두고 국민의힘은 무효표를 주장한 반면, 우 의장은 찬성표로 집계해 가결 기준인 180표를 충족했다고 선포한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러니 부정선거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은 부결되는 안건을 권한을 남용해 가결 처리해버리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며 “법적 조치에 대해 논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60여개 비쟁점 법안과 금융감독위원회설치법 등 11개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함께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은 물론 비쟁점 법안 전체에 무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강수를 두자 민주당은 당장 시급한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법안만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을 담은 금감위설치법 등 연계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국민의힘의 무한 필리버스터가 현실화하면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60일 이상 이어져 여야의 극한 대치 속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인 ‘식물 국회’로 전락할 우려가 컸다.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이 장기간 계류돼 내년 4월에야 금융 조직을 꾸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을 야당과 합의 처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고위 당·정·대 회의를 거쳐 금감위 설치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 철회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은 결렬됐다. 이를 두고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의원이 “당·정·대 결정은 존중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오래 논의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하루 만에 바뀐 것은 아쉽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신사법, 영남지역 산불지원 특별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에는 협조했다.
김혜원 송경모 성윤수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