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제가 부산의 도시 정체성·브랜드 가치 높인다”

입력 2025-09-26 00:21
부산 벡스코에서 25일 열린 2025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에서 나건(왼쪽부터)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와 존 커 카우 세계은행 수석도시전문가,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 총조우 아르티 레트로 설립자, 김경호 국민일보 사장, 박형준 부산시장, 안성민 부산시의회의장, 토니 랭캐스터 에든버러 프린지 소사이어티 대표, 스티브 아들러 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장, 마사유키 사사키 오사카 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우신구 부산시 총괄 건축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최현규 기자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이 25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본행사를 열고 ‘도시, 콘텐츠가 되다, 문화와 축제의 힘’을 주제로 글로벌 도시브랜드 전략을 논의했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포럼은 부산시와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해 문화와 축제가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높이는지 다양한 시각을 공유했다.

김경호 국민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도시브랜드는 단순한 상징이나 홍보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문화, 공간 경험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이야기”라며 “부산은 바다와 항구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로 세계와 교감해온 특별한 도시”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개최는 부산의 역사성과 국제회의 역량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라며 “인공지능, 디지털 혁신, 기후 위기 같은 거대한 변화 속에서 문화와 축제가 도시를 세계와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문화와 공간, 디자인으로 연결되는 부산의 미래'를 주제로 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부산=최현규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비전 발표에서 “부산은 1950년대 피란민을 품은 도시이자 70~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며 국내총생산(GDP)의 30% 가까이를 차지했던 공업도시였지만, 디지털 전환과 수도권 집중 속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제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로 도약하려면 도시 자체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로 가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도시가 결국 승리한다”며 “부산은 7개의 해수욕장과 2개의 강, 15분 거리에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드문 도시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과 대도시 인프라를 결합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촘촘히 채워 넣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자인은 도시 외형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 방식과 생각을 바꾸는 일이며, 삶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드는 혁신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부산은 물류·금융·조선·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소·그린에너지 같은 신산업이 공존하는 복합 도시”라며 “이 잠재력을 극대화해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을 기점으로 도시의 미래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감천문화마을과 영도의 빈집 리모델링, 마린시티 재설계 구상 등을 사례로 들며 “부산의 고유한 공간과 역사에 디자인 가치를 심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의 도시 구조적 특성도 언급했다. “부산은 계획도시가 아닌 만큼 복잡성이 높지만, 이는 도전이자 동시에 유니크한 기회다. 이 복잡성을 부산다운 디자인으로 승화해 세계에 보여주겠다”며 “부산은 역사 속에서 개방성과 포용성을 품어온 도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도시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아들러 전 시장이 '도시 정체성을 핵심 경제 전략으로 활용하기'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최현규 기자

기조연설을 맡은 스티브 아들러 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장은 오스틴의 급격한 성장 배경을 소개하며 부산에 조언을 건넸다. 그는 “성공하는 축제는 외부에서 들여온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에서 태어난다”며 “오스틴은 1970년대 인구 30만명의 소도시였지만, ‘오스틴을 별나게(Keep Austin Weird)’라는 슬로건과 라이브 음악의 수도라는 정체성을 통해 젊은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성장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첫해 700명에서 출발한 SXSW는 지금은 35만 명이 찾는 세계적 축제가 됐다”며 “음악·영화·기술이 결합한 이 축제는 도심 클럽과 거리, 일상 공간 전역에서 열리며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자 토론장이 된다. 이 과정이 지역 경제와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키웠고, 결국 구글·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 유치로도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또 “SXSW의 핵심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의 통합에 있었다”며 “부산도 영화와 음악, 기술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융합형 축제를 통해 ‘왜 부산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니 랭캐스터 에든버러 프린지 소사이어티 대표는 “대규모 예술축제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주민 삶과 문화 정체성을 풍요롭게 한다”며 “AI 시대에도 라이브 공연 중심의 축제는 인간적 연결과 시민 자긍심을 키우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출신 컬렉터이자 문화 전략가인 총조우 아르티 레트로 설립자는 “예술은 도시의 장식이 아니라 정신을 정의하고 세계가 기억할 서사를 만드는 동력”이라고 짚었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한류 4.0 시대, K팝 팬덤의 변화를 도시브랜드로 전환할 전략이 필요하다”며 “부산은 팬 경험을 공간과 서비스로 번역해 음악 생태계와 일상을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나건 부산시 총괄디자이너가 좌장을 맡아 “공간과 콘텐츠의 결합이 부산형 도시브랜드 모델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수변과 도심, 역사와 일상을 축제와 예술, 한류 콘텐츠와 연결해 시민이 체험하는 순간을 늘리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화된 시민 참여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가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 포럼은 국제 석학의 담론과 현장의 실행 전략을 한 무대에 결합하며 논의의 폭을 넓혔다. 시는 이를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 준비의 가속 장치로 삼아 ‘공간은 무대, 문화는 이야기, 디자인은 언어’라는 프레임으로 부산다운 도시 경험을 일상에 녹여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윤일선 이임태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