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소환 조사 진술거부… 1억4000만원 상당 그림 집중 추궁

입력 2025-09-25 18:48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지난 24일 오후에 열렸다. 김 여사가 법정에 입정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특검은 25일 김 여사 구속 기소 후 첫 소환조사에서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받은 1억4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둘러싼 뇌물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은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여사는 앞선 특검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다.

특검은 이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특검 사무실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김 여사를 불러 약 4시간30분 동안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된 이후 27일 만에 이뤄진 조사다.

김 여사는 2023년 1월 김 전 검사로부터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받고, 그 대가로 지난해 4·10 총선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이 그림을 1억4000만원에 현금으로 구매해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지난 7월 김씨 장모집을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그림을 발견했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에게 ‘김 전 검사로부터 그림을 전달받은 것이 맞는지’ ‘그림을 관저로 옮겼는지’ 등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대부분 질문에 진술을 거부했다. 다만 특검의 추궁이 이어지자 “그림을 관저로 가져다 놓은 적이 없다”고 말하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창원의창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선 전 의원 측에 ‘창원의창구에서 김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취지로 압박을 가했다고 명태균씨 등은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검사는 결국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4개월 후인 지난해 8월 국정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법조계는 특검이 공직자가 아닌 김 여사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한 부분에 주목한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윤 전 대통령 등 공직자와 공모 여부가 입증된다면 김 여사는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한 구조다.

특검은 지난해 9월 김 여사가 국가유적인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사적 차담회를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26일 국가유산청 산하 궁능유적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 이기훈 부회장을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17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55일 만인 지난 10일 전남 목포에서 검거됐다.

박재현 차민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