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환경 아닌 경제 문제… 금융권 역할 필수”

입력 2025-09-25 19:01
김지훈 기자

“우리가 올해 초에는 산불, 지난 여름에는 폭염과 극한호우, 가뭄을 겪은 것은 인류가 지난 200년간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기대 극단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데 따른 부산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홍종호(사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국민금융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하며 기후 위기는 이제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한국은 산불 등 기후 재난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인 ‘물리적 위험’과 탈탄소 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뜻하는 ‘전환 위험’ 모두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라고 설명했다.

먼저 기후 변화에 따른 실물경제 피해가 한반도에서 유독 크게 나타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한반도 인근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해 다른 지역보다 상승 폭이 컸다. 최근 5~6년 사이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아 가격이 뛴 배경에도 이 같은 해수 온도 상승이 있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원자력발전소 냉각수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온도가 상승한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할 경우 원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들었다. 홍 교수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35년 세계 최대 발전 동력이 태양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기사를 소개했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는 일부 정치인과 몇몇 언론 때문에 ‘참 거짓’ 논란이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하고 빠르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명제”라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의 구조를 혁신하자는 제안도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쥐고 있는 전력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전력 시장 문호를 개방하고 나서 생긴 민간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가 설립 10년 안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홍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 기업이 전력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점하는 곳은 한국과 멕시코뿐”이라면서 “효율적인 시장이 생기면 혁신 기업도, 금융권 이익 확대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