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새 정부의 기후 대응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 기후금융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녹색 금융상품과 관련한 정보 확대, 평가 기준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5일 ‘2025 국민금융포럼’ 2부 주제발표에서 “ESG에 대한 관심은 팬데믹 당시 뜨거웠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많이 줄었고 이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경제성이 좋아질 때는 신재생에너지 같은 ESG 관련주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으로 조선·방산·원전주가 주도주로 자리 잡고 있어 녹색전환 관점에서 약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지만 기후 리스크가 실물자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ESG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이 ‘EU 배출권거래제(ETS)’에서 무상 할당(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고 탄소배출을 받는 것) 비중을 줄여나가자 저탄소 기업의 주가수익률이 석탄 기업을 월등히 앞섰다는 연구 등을 소개하며 “결국 ESG가 다시 관심을 받는 이 시기에 기후 대응을 잘하는 기업이 초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4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유상 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등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승호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장은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전환 촉진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녹색금융은 대출, 채권 시장을 통해 발전돼 왔지만 주식시장의 경우 그 역할이 미미했다”고 짚었다. 녹색 금융상품의 정보가 제한적이고 녹색펀드 명칭 규제가 없으며 기후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 미흡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 실장은 “EU는 2019년 ‘EU 기후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해 ESG 금융상품의 기후 성과를 정략적으로 측정·평가하고 저탄소 투자 전력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다만 “규제를 만들 때 그 기준이 너무 복잡하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명확한 요건을 제시하고 이것을 충족하면 인정하는 방향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