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규재·조갑제와의 회동 자청”

입력 2025-09-26 00:04
이한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3월 한 종합편성채널 유튜브에 출연했다. 대담 상대는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었다. 한 달여 뒤엔 경선 후보 신분으로 정 전 주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식사했다. 처음엔 아예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삼자 대담을 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이 대통령 당대표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김태선(사진) 민주당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이재명 수행일기’를 책으로 엮어 최근 펴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보수 유튜브 출연은 주변에서 하나같이 리스크가 크다며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당직자 출신으로 당 사정을 잘 아는 점,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의전을 경험해본 점 등이 반영돼 수행실장으로 발탁됐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확정되자 경선·본선 캠프에서도 같은 직을 맡았다. 김 의원은 “보좌진과 지역구 울산에서 선거운동을 할까도 잠깐 고민했다”며 “후보를 수행하는 게 선거에도 좋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선까지 말미가 얼마 없던 만큼 선거운동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식사 메뉴는 한그릇에 끓여 나오는 국물류로 통일됐다. “고기 한번 구워 먹자”는 후보의 말에 환호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 역시 끝내 실현되진 않았다.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즐기는 후보의 성향은 일정을 더 빠듯하게 만들었다. 즉흥적으로 유세를 끼워넣는 일도 종종 있었다. 김 의원은 “후보가 차량에 오르기까지 10분 남은 상황에서 다음 행선지가 바뀐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마다 현장에 미리 도착해 동선을 짜고 안전상황 등을 점검해야 하는 수행팀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외부에선 대형 악재가 터졌다. 선대위 구성 다음 날 대법원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최소한의 입장만 밝힌 채 다음 유세 장소로 이동하는 차량 안엔 적막만 흘렀다. 김 의원은 “대선 준비기간을 통틀어 후보가 가장 힘들어 보인 날”이라고 술회했다.

힘을 얻은 건 현장에서였다. 5월 15일 전남 순천 유세가 대표적이었다. 장대비 속에서 자리를 지킨 청중에게 후보는 큰절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은 평소 정치인이 절하는 걸 ‘쇼’라고 생각해 싫어한다”며 “그날은 자신도 모르게 절이 나왔다더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쇄도한 지지자들의 사인 요청, 사진 요청마저 원동력이 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