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어제 밝힌 ‘남북한 두 국가론’은 정부 내 메시지 혼선이라는 측면과 북한이 2년 전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용인하는 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도 두 국가”라며 “통일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 관계 속에서 국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체제 2정부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국가연합 단계”라며 “다만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지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의 주장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부가 굳이 왜, 그것도 통일 주무 장관이 남북이 ‘두 국가’라고 공개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되묻게 한다. 게다가 이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 관련 유엔 연설을 설명하면서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규정한) 헌법에도 맞는 관점”이라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외교안보를 다루는 정부 내 핵심 인사들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면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도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 장관의 간담회가 위 실장을 곧장 반박한 모양새가 된 것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두 국가론’을 놓고 정부 내 외교관 중심 동맹파와 정 장관 등 자주파 간에 이견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는데 이번에 갈등이 표면화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두 국가’ 주장은 2023년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남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하면서 이목을 끌어 왔다. 김 위원장이 이를 꺼내든 것은 남한과의 철저한 단절과 적대를 위한 것이었지 두 국가로 서로 잘 살아보자는 게 아니었다. 실제 북한은 이후 남북 화합의 상징인 철도와 도로를 폭파했고 접경지에 단절용 방벽까지 쌓았다. 정 장관은 자신의 말은 김 위원장과 달리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고 설명했지만, 두 국가 체제를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자체가 분단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물론 정 장관이 두 국가론을 제기한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뚫어보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바람대로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자칫 두 국가론이 통일의 희망만 깎아먹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