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접 설득한 이 대통령… “한국 경제, 일본과 다르다”

입력 2025-09-25 18:3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수장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직접 만나 한·미 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협상에서 ‘상업적 합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 대통령은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양국 간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의 조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이 통상 협상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베선트 장관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일본과의 통상 협상 사례를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경제 규모나 외환시장 인프라 등에서 일본과 다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협상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전했다.

양국은 지난 7월 관세협상을 타결했지만 이후 대미 투자 문제를 두고 교착상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관세협상 당시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대부분을 대출이나 보증으로 채울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고 이를 ‘비망록’에도 기록해뒀지만, 미국은 현금 직접투자 형태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7월 관세합의 후) 미국이 보낸 양해각서(MOU)에 판이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미국은 캐시플로(Cash flow)라는 말을 썼는데, 상당히 에쿼티(현금투자)에 가깝게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일단 무제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김 실장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며 “그게 안 되면 (외환시장에)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저히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 체결과 별개로 전액 현금투자 요구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해결된다고 해서 당연히 미국이 요구하는 에쿼티 형태로 3500억 달러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충분조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투자는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수출입은행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과 국회 보증 동의 같은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우리는 최대한 캐시플로를 론(대출), 개런티(보증), 투자 등 우리 식으로 구분해 규정하자고 하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캐시플로가 대출에 가까운 속성을 가지도록 문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펀드 원금 회수 전까지 발생한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9대 1로 나누자고 미국에 제안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국익에 부합하며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