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국 첫 안보리 토의 주재… “AI, 맹수가 될 수도 더피가 될 수도”

입력 2025-09-25 18:34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 정상이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토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인공지능(AI)은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AI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AI와 국제평화·안보’ 공개 토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했다. 한국이 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했다. 토의에는 15개 이사국을 비롯해 다수의 유엔 회원국 대표가 참석했다.

국가별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 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이 돼 전 세계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AI가 인류를 위협한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공통 규범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한 국제 규범 마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는 정보·정찰, 군수·기획 등 전반에서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지휘 체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잘만 활용하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감시, 분쟁 예방, 평화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제력을 잃으면 허위정보 확산, 테러와 사이버 공격 급증, 인공지능발 군비경쟁으로 안보 불안을 키울 것”이라며 “특히 안보리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주도하겠다”며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직전 약식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 주재를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며 “특히 전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처음 열리는 AI 주제 토론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년 전 유엔의 주요 관심사가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예솔 기자, 뉴욕=최승욱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