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살사망자 수가 1만4872명으로 집계되며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에서 자살은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라섰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통계청은 25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자살자 수는 직전 연도보다 894명 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인 자살률은 29.1명으로 1.8명(6.6%) 늘었다. 이 역시 2011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성별로는 남자(41.8명)가 여자(16.6명)보다 2.5배 많다.
자살은 10~40대 사망 원인 1위였다. 특히 40대에서 처음으로 자살이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26.0%)로 암(24.5%)보다 많았다. 2023년에는 암(25.9%)이 자살(23.4%)을 소폭 앞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요인, 신체적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내부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자살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애전환기의 중장년이 주로 겪는 실직·정년·채무·이혼과 유명인 자살 및 이에 관한 자극적 보도, 지역의 정신건강자살 대응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또 “과거 외환위기와 동일본대지진 등 대형 사건 발생 시 2~3년여 시차를 두고 자살률이 급증한 사례를 토대로 코로나19가 미친 사회·경제적 여파에 대해 추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한국이 26.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2위인 리투아니아(2023년 기준·18.0명)와 격차도 크다. OECD 평균은 10.8명이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8569명으로 전년보다 6058명(1.7%) 늘었다. 사망자 수는 2022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급증세를 기록하다 2023년 코로나 엔데믹을 맞으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전반적인 사망자 수는 증가 추세다.
사망 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암)이었다. 암은 통계 조사 이래 줄곧 부동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암에 의한 사망자 수)은 174.3명으로 전년보다 7.5명(4.5%) 증가했다. 폐암(38.0명)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고, 간암(20.4명) 대장암(19.0명) 등 순이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