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규제 전에 사자” 다시 들썩이는 한강벨트 아파트 값

입력 2025-09-26 00:26
사진=연합뉴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시장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달 들어 매주 집값 상승 폭이 커지고, 현장에선 집주인이 기존 매물을 거둬들인 뒤 호가를 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9·7 공급대책이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지 못했고, 금리 인하와 추가 규제를 예상한 수요자가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7월 둘째 주(0.19%) 이후 10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6·27 대출 규제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서울 부동산시장은 이달 첫째 주(0.08%) 이후 0.09→0.12→0.19%로 매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건 ‘한강벨트’의 최상급지인 강남·서초가 아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다. 성동은 전주 대비 0.59% 상승하며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0.43%), 송파·광진(0.35%), 강동(0.31%), 용산·양천(0.28%) 등이 뒤를 이었다. 대표 부촌인 서초와 강남은 각각 0.20%, 0.12%를 기록했다.


오름폭도 가파르다. 성동(0.41→0.59%), 마포(0.28→0.43%), 용산(0.12→0.28%), 송파(0.19→0.35%), 광진(0.25→0.35%), 강동(0.14→0.31%), 동작(0.10→0.20%) 모두 한 주 만에 0.1% 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달 들어 일별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늘어난 유동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생긴 데다, 추가 규제 전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포모’(FOMO·소외에 대한 공포) 수요, 가을 이사철 등이 맞물린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현장에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매도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됐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엔 (선호도가 낮은) 1·2층이나 기존 세입자 전세금이 1억~2억원대로 낮아서 비용 부담이 큰 매물만 나온다”며 “호가가 너무 높지 않으면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59㎡짜리 매물이 한 달도 안 돼 1억원이 올랐다. 비싸서 안 팔릴 줄 알았는데 바로 팔렸다”고 했다.

추가 규제 우려로 ‘막차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는 유력한 차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대상으로 꼽힌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말부터 토허구역 지정을 예상한 수요자의 구매 문의가 급증했다. 집주인은 오를 거라 예상해 매물을 거두고 부르는 게 값인 수준”이라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6·27 대책 전처럼 ‘한강벨트’ 전역으로 (집값 상승) 연쇄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정부가 9·7 공급대책으로 신뢰를 주지 못했으니 135만 가구 공급 현황을 계속 공유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