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은 돈 되는 전도유망한 사업… 美도 선택과 집중”

입력 2025-09-26 00:05
국민일보 주최로 25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5 국민금융포럼에서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기후금융은 돈이 안 되지 않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맥쿼리는 2017년 영국 재무부 산하 기후투자은행인 그린인베스트먼트뱅크(GIB) 지분 전량을 인수했습니다. 기후금융을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국민금융포럼’ 2부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맥쿼리는 호주 기반 글로벌 금융사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 국내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었다. 돈의 흐름을 잘 포착하는 맥쿼리도 기후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금융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돈을 잃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지난 7월 기후리스크 관리 미흡을 이유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받은 사례가 그 근거다.

박 대표는 최근 미국의 기후금융 동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에 대해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기후정책이 후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기후금융 유망 분야에는 민간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사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자연부채스와프(Debt for Nature Swap·DFNS)를 통해 2023년 8월에는 가봉, 지난해 12월에는 에콰도르의 기후대응 사업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DFNS는 개발도상국이 기존 부채 일부를 갚으면서 나머지 자금은 기후대응 사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금융 수단이다.

JP모건체이스는 디지털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전담조직인 키넥시스를 통해 탄소크레디트를 토큰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탄소크레디트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흡수한 실적을 기업 간 거래할 수 있도록 권리로 만든 것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수익화 가능성이 큰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박 대표는 “골드만삭스는 자체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유럽 에너지시장의 탈탄소화와 디지털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고탄소산업에서 저탄소로 전환하는 형태의 기후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금융기관도 해외 기후금융 사업에 투자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민간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유럽과 일본처럼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