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최초의 공공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창단 60주년이다. 국악기만을 사용한 최초의 관현악단이 첫발을 떼면서 ‘국악관현악’이라는 새로운 양식이 시작됐다.
국악관현악은 1960년대 국악 현대화 담론 속에서 등장했다. 당시 국악계에는 서양음악 어법을 활용해 창작하고 연주하는 ‘신국악’ 흐름이 거셌다. 1964년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학교) 부설 국악관현악단 창단도 그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창단 공연의 전체 레퍼토리 12곡 가운데 관현악곡은 2곡에 불과했고, 여기에 재정난까지 겹쳤다. 당시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재정적 후원으로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으로 전환됐다.
5·16 군사 정변으로 등장한 박정희정부는 신국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으로도 이어졌다. 덕분에 1980~90년대 대전시립연정국악단(1981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1984년), KBS국악관현악단(1985년), 국립국악관현악단(1995년) 등 국악관현악단이 잇따라 설립됐다. 현재 전국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은 3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제도화를 통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악관현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낮았다. 지속적인 국악기 개량과 부분적인 서양 악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음량의 불일치와 음향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 여기에 국악은 물론 양악 작곡가에게도 끊임없이 곡을 위촉해 신작을 내고 있지만, 국악계 내부에 머무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국악관현악은 오랫동안 국악계의 중심이면서도 ‘계륵’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전속단체인 국악관현악단의 창단 60주년을 2년 앞두고 2023년 국악관현악의 부흥을 기치로 내건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를 출범시켰다. 600석 규모의 M씨어터에서 열리는 축제는 첫해 8개 국악관현악단이 참여했다. 무료로 진행된 8회 공연은 티켓 오픈 2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지난해 10개 국악 관련 악단이 참여한 2회 축제는 유료 전환에도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국악 기반 창작 음악에서 현대음악, 크로스오버, 세계 음악과의 협업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는 10월 15~25일 열흘간 진행되는 3회 축제엔 10개 단체가 참여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15일 개막 무대에서 황병기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깊은밤’과 ‘달하노피곰’을 주제로 한 하프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KBS국악관현악단은 16일 독일계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카시 로렌스 바슈카우와 협연 무대를 펼치고, 17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공연에서는 유지숙 명창이 서도소리와 ‘평안도 다리굿’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전주시립국악단(18일),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19일), 청주시립국악단(21일),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22일), 대구시립국악단(23일),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24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25일)이 축제 무대를 이어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요즘 인기인 ‘K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보면서 우리야말로 전통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클래식 음악과 비교할 때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아직 60년에 불과한 만큼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축제를 통해 국악관현악이 K-컬처 확장의 새로운 주역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