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93>] “기초적 의사소통 가능해진 딸… 스스로 걷는 모습 기대”

입력 2025-09-29 03:04
희귀 유전병을 앓는 세아양이 재활 치료실에서 기립 보조 기기에 의지해 서 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아의 얼굴에는 치료의 고단함 대신 미소가 가득하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희귀 유전병으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온종일 누워 지내는 다섯 살 세아(가명)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쌍둥이 동생 세희(가명)가 곁에 다가올 때다. 귓가에 “엄마보다 언니가 더 좋아”라고 속삭여주는 동생에게 세아는 ‘와우’라고 말하며 행복해한다. 네 살까지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세아가 이제는 간단한 단어로나마 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두 딸의 어머니 최안나(가명·34)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동포다. K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그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 처음 어머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았을 때를 떠올리며 “모든 것이 행복하고 드라마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둥이 딸들의 희귀병 진단은 그 기억을 먼 과거로 만들었다. 교회에서 만난 부부는 사랑하는 쌍둥이의 치료에 모든 것을 쏟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어머니는 운전대를 잡았다. 아버지의 월급 300만원 중 180만원이 매달 두 아이의 재활 치료비로 들어가지만 장애가 더 심한 세아에게 꼭 필요한 도수치료와 감각통합치료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최씨는 “다른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가 바로 사주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며 “그래도 어떡하겠나, 치료가 먼저”라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동생 세희는 조금씩 좋아지는 기적을 보여줬지만 세아는 4년 가까이 눈에 띄는 차도가 없어 부모의 애를 태웠다. 최씨는 “똑같이 태어난 동생과 비교하며 세아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가장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막막한 현실 속에서 가족을 일으켜 세운 것은 신앙과 이웃의 사랑이었다. 그는 “저희가 외국인 가정이라 기대를 못 했는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냉장고에 음식이 하나도 없던 날도 교회와 주변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재활이 제자리걸음인 듯했던 세아에게 최근 기적이 찾아왔다. 말을 이해하고 간단한 단어로 대답하는 기초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씨는 “우리 세아가 언젠가 스스로 일어서서 걷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먼 훗날 딸이 커서 결혼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5년 8월 22일~9월 23일)

※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에게 지원됩니다.

△김병윤(하람산업) 무명 무명 20만 △정홍심 15만 △김정숙 최원철 이윤식 김계환 연용제 김순신 이경복 10만 △조점순 조현주 황영숙 공춘자 정연승 김금선 김덕수 지양숙 봉하순 김영임 권성만 조병열 무명 5만 △황숙희 우만제 나철균 김갑균 맹주용 안준학 3만 △sb,sa 박연주 신영희 이병천 한승우 2만 △초이 1만5000 △심가빈 문명희 여승모 생명살리기 김애선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