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와 전세 품귀 현상 등에 따른 아파트 월세 가속화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반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집주인과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년간 전세 시세가 올라 계약갱신권을 쓰려 했지만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새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보증금 3억원대에 월세 20만원 계약에서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려줬다. 이씨는 “집주인이 전세를 5억원으로 올리고 싶어 했는데 전세대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월세를 더 올려주고 재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씨 사례는 세입자 여건 때문에 부득이하게 월세를 선택하게 된 경우다. 집주인은 전세 전환을 원했으나 세입자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들어 임대료를 올리게 됐다. 월세는 임대차 시장에서 많은 경우 ‘차선책’으로 거론되지만, 전세 대신 월세라는 차선책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많은 아파트가 월세화하고 있는데 현 정부 들어 전세대출이 점점 어려워지는 흐름이어서 월세화는 더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시세에 맞추려면 결국 반전세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시세가 5억원이었다가 10억원으로 올랐으면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오른 만큼 월세로 전환해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 같으면 은행 이자가 높아서 전세금 받아 맡겨뒀을 텐데 요즘은 이자가 적어서 집주인 입장에선 월세 받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2021년 7월 0.50%에서 2024년 8월 3.50%까지 올랐지만 이후 4차례 금리 인하를 거치며 2.50%까지 내려왔다. 최근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전세 품귀 현상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814건이었으나 9월 24일 기준 2만3922건으로 24.81% 감소했다. 서울 송파구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최근 매물만 봐선 월세가 6, 전세가 4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 랠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7%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첫째 주(3일 기준) 이후 33주 연속 상승 중이다. 부동산원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학군지 등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 계약 체결되는 등 서울 전체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월세화 흐름 속에서 ‘월세 1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계약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9월 24일 서울 신규 월세 거래는 4만5659건으로 전체 임대차 계약(9만9463건)의 45.9%에 달했다.
이 중 월세가가 100만원 이상인 거래는 2만1581건으로 전체 월세의 47.2%를 차지했다. 2024년 1년간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 건수는 2만9874건으로 전체 월세(7만3532건)의 40.6%로, 올해가 약 6.6% 포인트 높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고액 월세 비율이 높았다. 강남이 2683건으로 전체의 12.4%였고 서초(2170건) 10%, 송파(1943건) 9%였다. ‘마용성’은 성동(1789건) 8%, 마포(1357건) 6%, 용산(804건) 0.37%였다. 강남 3구와 마용성 6개 구가 49.7%로 100만원 이상 고액 월세의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