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후속 조치 마련 과정에서 경영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주 4.5일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김 장관을 초청해 ‘새정부 주요 고용노동정책 방향’을 주제로 고용노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정부가 최근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노동안전 종합대책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동 당국에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이재하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회 위원장(삼보모터스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HD현대 노무 담당 임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기업들은 “노조법 개정 이후 누구와, 어떤 사안을, 어떤 방식으로 교섭해야 할지 몰라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후속 조치로 준비하고 있는 매뉴얼에는 개정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세밀한 부분까지 담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9일 공포돼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인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다수의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청하고 나서면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은 연간 3명 이상 산재사망이 발생한 법인에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산업안전 정책을 두고도 “정부 취지는 공감하지만 처벌 강화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방 체계 구축을 위한 근로자와 노조의 협력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주 4.5일제와 관련해서도 기업인들은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시장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경영계와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적 노사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격차와 비효율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