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없다”… 野 ‘무한 필리버스터’ 초강수

입력 2025-09-25 02:02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 시도가 불발로 끝나면서 국회는 ‘끝장 대결’로 치닫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 불사 입장을 유지하자 국민의힘은 향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쟁점 법안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실시하는 지연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쟁점 법안에 대한 ‘무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키로 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쟁점 법안을 협의 없이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고, 상임위원회에서 자당 간사 임명조차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더는 인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절대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없다”며 “무도한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의 필리버스터도 고심 중이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전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옳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종 결정은 송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가 장외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까지 병행하면 동력이 분산되고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도 일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한 필리버스터는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를 지연시키고, 여권 의원들의 발을 장기간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에 동의하면 24시간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끝낼 수 있다. 여권이 법안을 처리하려면 24시간마다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 69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모든 법안을 처리하는 데 70일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양보 없는 극단 대치가 이어지면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여당은 이에 따라 일단 핵심 법안 4건만 우선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정수 규칙 개정안 등이다. 특히 검찰개혁과 경제부처 개편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은 이재명정부 핵심 추진 과제인 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