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탄소감축 요구, 제조업 타격”… 국책연구기관도 정부에 우려 전달

입력 2025-09-25 00:27

정부가 연내 유엔에 제출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두고 국책연구기관이 “급진적인 온실가스 감축 추진은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요 탄소 다배출 업종에서 추진되는 각종 탄소 배출 감축 방안이 기술 부족과 비용 문제 등으로 표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치를 던질 경우 가뜩이나 업황 악화로 신음하는 제조업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어느 정도 감축할지 목표치를 나타내는 NDC와 관련해 시민단체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60%대 초반 감축을, 산업계는 40%대 후반 감축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주요 다배출 업종별 탄소중립 추진 현황 애로사항 조사’란 제목의 비공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철강업계의 글로벌 경쟁 심화와 국내 업황 악화를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2035 NDC 수준이 과도하게 요구될 경우 기업의 탄소저감 비용 부담은 감내할 수준을 벗어나 철강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급진적인 탄소 감축 요구는 철강뿐 아니라 철강을 기초 소재로 하는 국가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철강 산업 경쟁력이 무너지면 건설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철강을 소재로 하는 다른 제조업도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철강 분야에서 2035년까지 NDC 달성을 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현재 고로 프로세스에서 저탄소 연료·원료를 사용하는 방안, 철 스크랩(고철) 사용 확대, 전기로 설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실제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 연 250만t 생산 규모의 전기로를 내년부터 가동하는 등 철강 업계도 탄소 감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저탄소 원료나 고철의 비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은 부담 요인이다.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그린 철강’으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해 보고서는 “기술개발은 추진 가능하지만 설비 전환에 무려 40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라 기업 단독으로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독일 티센크루프도 정부 지원 축소와 경제성 불확실 등을 이유로 지난해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보류한 바 있다. 보고서는 올해부터 저탄소 철강으로 제작된 친환경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정부가 최대 5만엔(약 47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 차원의 저탄소 철강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탄소 감축이란 이상적 목표만 내세울 게 아니라 기술 개발 수준이나 글로벌 동향,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NDC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