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에 쇼룸까지… ‘불황엔 중고차’ 플랫폼 경쟁 격화

입력 2025-09-25 00:21

‘불황형 소비’ 품목의 대표격인 중고차의 플랫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오프라인 쇼룸을 열어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대기업 점유율 제한까지 풀리면서 현대자동차·기아가 기존보다 공격적인 사업을 펼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최근 비교견적 믿고 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다른 업체에서 받은 견적서를 앱에 올리면 AI가 실시간 검증한 뒤 다른 딜러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다. 케이카는 AI가 구매자 취향을 고려해 차량을 개별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최대 매출(약 6088억원)을 올릴 수 있던 배경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시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는 지난 6월 경기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에 최초로 쇼룸을 열었다. 이곳에선 고객이 무료로 차량 진단을 받을 수 있다.

BMW·아우디·볼보 등 수입차를 판매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중고차 사업에 가세했다. 이달 초 수입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702 코오롱 인증중고차’를 열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전국 12개 수입 중고차 지점과 연계해 사업을 펼친다.

렌터카업체들도 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렌터카는 지난 7월 충남 천안에 국내 최대 규모 중고차 경매장 오토옥션을 열었다. 중고차 경매부터 낙찰된 차량의 상품화 서비스까지 이곳에서 진행한다. SK렌터카는 그동안 개인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최대 1년간 빌려준 뒤 인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타고바이’ 상품을 운영해 왔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 렌터카업체 롯데렌탈도 지난 5월 ‘티카’(T car) 브랜드를 론칭하고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법인 고객을 개인 고객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차봇모빌리티는 중고차 수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중고차 수출 대금 결제에 스테이블코인 기술을 활용하고 품질 인증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기업 이큐비알홀딩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복잡한 결제 절차와 유통 구조 불투명성으로 인한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시장점유율을 현대차는 4.1%, 기아는 2.9%로 제한한 조치가 지난 5월 종료해서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까지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의 데이터 확보와 중고차 감가 방어가 사업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고 승용차 거래량은 129만6951대로 신차 판매량(100만1329대)보다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신차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진 게 기업들을 중고차 사업으로 이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