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도국 특혜 내려놓으며 “다자무역체제 수호” 강조

입력 2025-09-25 02:03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개도국 특혜를 남용한다고 비판해 왔는데 중국이 일종의 ‘양보 신호’를 발신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다자주의·자유무역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오랜 갈등 요인을 완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WTO는 개도국에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등 일부 분야에 대한 보호조치 특혜를 제공한다. 관련 조항은 1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7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위 포기를 압박했다. WTO 개혁을 꾸준히 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WTO 자유무역 체제에 사실상 종언을 고하기도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8월 언론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1995년 WTO 설립으로 이어진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 속에 특혜 포기로 실익을 챙기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상무부는 개도국 특혜는 포기하지만 지위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개도국 맏형’을 자처하며 미국에 대응해 왔는데, 이 같은 노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창 총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고조돼 국제개발협력이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며 “일부 선진국은 국제개발기구에 자금 공급을 끊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 시스템을 수호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견지하며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우회 비판하면서 다자무역 체제 수호에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 발표는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중국의 헌신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