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울린 ‘천년의 소리’… 성덕대왕신종 공개 타종

입력 2025-09-25 01:06

“덩∼덩∼” 24일 저녁 7시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범종이 내는 소리가 장엄하게 퍼져나갔다. 동종에 새겨진 우아한 비천상들이 천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했다. 보신각 종지기 신철민씨와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씨가 함께 총 12번 동종을 치는 동안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지켜봤다(사진). 갑자기 내리던 비도 타종 행사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그쳤다.

경주박물관은 이날 ‘천년의 소리’를 국민과 나누는 행사를 열었다. 통일신라 때인 771년(혜공왕 7년) 제작된 성덕대왕신종 보존을 위한 과학적 조사와 연계해 이를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추첨을 통해 당첨된 771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타종 장면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3년 10월 개천절 타음조사 이후 22년 만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상원사 동종(국보),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통일신라시대 3개 범종 중 하나다. 당시 종을 제작하던 장인이 동종에서 소리가 나지 않자 어린 아들을 제물로 바쳤고, 마침내 소리가 났다는 슬픈 설화의 주인공인 에밀레종이 바로 이 종이다.

행사에는 주낙영 경주시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유 관장은 “한국에서 가장 큰 종이자 소리를 낼 수 있는 종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라며 타종의 의미를 전했다.

높이 3.66m, 무게 18.9t의 범종은 1992년까지 제야의 종으로 꾸준히 타종됐다. 하지만 균열이 우려돼 93년부터 일상적인 타종을 중단했다. 이후 안전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1996년, 2001~2003년, 2020~2022년 등 세 차례 타음 조사를 실시했다. 또 올해부터 5년간 타음조사가 실시된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종의 고유 주파수는 항상 같지만 균열이 있으면 주파수가 달라진다. 종소리 주파수를 취득해 이전 것과 비교함으로써 균열 여부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야외에 노출되는 현재의 보존 방식 지속 여부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경주박물관은 앞으로 실내에서 보존이 가능한 개폐형의 신종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