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정치 양극화 2라운드… 이번엔 찰리 커크 추모 논란

입력 2025-09-25 00:04
찰리 커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총격으로 사망한 미국의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대자보가 찢어져 있다. 그 위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상남정경관 앞 대형 게시판은 학내 이념 갈등의 축소판처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대학가에 나타난 정치 갈등이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4)씨는 “탄핵 정국 이후 캠퍼스 내에서 정치 논쟁이 발생하는 데 피로감을 느낀다”며 “친구들끼리는 정치 얘기를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을 개강시즌과 맞물려 정치 갈등이 다시 달아오른 배경에는 찰리 커크의 피살 사건이 있다.

최근 서울대에선 보수 성향의 단체 트루스포럼이 캠퍼스에 그를 추모하는 포스터와 국화 꽃다발을 놓았다. 그다음 날 포스터는 구겨지고 찢어진 채 발견됐다. 바닥에 떨어진 포스터에 담긴 고인의 얼굴에는 매직으로 쓴 욕설도 있었다.

1m도 채 안 되는 맞은편 건물 벽에는 찰리 커크의 사망은 자업자득이라는 취지의 포스터와 대자보가 게시됐다.

학내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맞불 집회 양상을 보였던 지난 2~3월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일부 대학에서는 “빨갱이” “쿠데타 옹호” 등으로 서로 공격하며 학생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외부 단체와 유튜버 등이 이 싸움에 가세하기도 했다.

학업에 취업 준비 등으로 분주한 학생들 사이에선 불만도 제기됐다. 서울대에 다니는 김모(24)씨는 “다수의 학생은 정치 논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추상적인 정치 싸움보다는 주로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대학가 정치 갈등은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 익숙한 청년들이 정치 양극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판과 토론이 이뤄져야 할 캠퍼스에서 진영 간 혐오 정서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합리적 토론보다 흑백논리에 치우쳐 상대를 무작정 공격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대학가까지 퍼진 점이 우려된다”며 “각자의 의견이 프레임에 갇혀 서로를 선과 악, 흑백 논리로 바라보는 현상이 젊은 세대에게까지 깊게 배어드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