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최초, 법정 선 전 영부인… 직업 묻자 “무직입니다”

입력 2025-09-24 18:51
검은 정장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첫 재판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 여사는 정치자금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첫 재판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역대 영부인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에서는 수사를 진두지휘한 김형근 특검보를 포함해 8명의 검사가 재판에 투입돼 공소 제기된 혐의에 대한 입증 계획을 밝혔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전부 무죄’를 주장하며 향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맞섰다. 이날 수사기간을 30일간 연장하기로 한 특검은 남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여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311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검은색 바지정장에 수인번호 4398번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고 출석했다. 검은색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김 여사는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앞선 재판부 결정에 따라 재판 시작 전까지 약 30초간 언론사 촬영이 이뤄졌다.

수용번호 ‘4398’이 적힌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단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첫 재판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여사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또렷한 목소리로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직업이 없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네, 무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40여분간 진행된 재판에서 김 여사는 변호인들과 귓속말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따로 발언하지는 않았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개입(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금품수수(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달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김 특검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과 김기현, 피고인의 계좌관리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 변호인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주가 조작범들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명태균씨가 개인적 목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몇 차례 카톡으로 받아본 것에 불과하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통일교 교단으로부터 그라프 목걸이 등 금품과 함께 청탁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신속심리를 통해 12월까지 재판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재판 진행과는 별개로 김 여사에게 제기된 여죄 수사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1차 타깃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 혐의 규명이다. 특검은 김상민 전 검사가 김 여사 측에 1억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다만 뇌물 혐의 적용 대상이 공무원인 만큼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범행 공모를 밝혀내는 게 특검의 과제다.

특검은 2023년 7월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려고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특검은 사건 관련 성남교육지원청 학폭위 관계자를 25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통일교인 집단당원 가입 의혹에 김 여사가 개입했는지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이날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해 구속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한 총재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특검에 소환됐는데, 권 의원은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던 중 “그만 받겠다”며 추가 질의를 거부했고, 신문은 그대로 종료됐다.

윤준식 박재현 이서현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