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에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관세 위기는 시작일 뿐이며 글로벌 통상 질서 대전환에 대비한 장기 전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공개한 ‘공격받는 자유무역, 주요국 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 정부의 관세 조치 이후 주요 국가들이 신규 FTA 체결 및 중단된 협상 재개, 기존 FTA 개선, 무역협정 가입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양자·지역 간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대외의존도가 높으면서 대미 수출 비중은 전 세계 평균(26%)보다 낮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 분류했다. 이미 많은 FTA를 체결해 신규 협상을 추진할 여지가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기존 FTA 업그레이드 및 CPTPP 같은 다자간 협정 가입을 통해 시장 개방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달 기준 모두 59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85% 수준이다. 이에 더해 걸프협력회의(GCC) 아랍에미리트(UAE)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협상을 완료한 FTA가 발효되면 GDP 비중은 2.2%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CPTPP 가입은 경쟁국 대비 불리한 수출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통상포럼에서 지금의 관세 위기를 ‘집중호우’, 국제질서 대전환에 따른 혼란을 ‘기후변화’에 비유한 뒤 “미국의 자국중심 기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세계 질서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2018년 일본 주도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나머지 11개 국가들이 새로 출범시킨 협정이다. 지난해 12월 영국이 추가 가입하면서 회원국은 12개로 늘었다. 회원국 간 공산품 평균 99.8%, 농·축산물 평균 96.3%, 수산물은 100% 관세를 철폐했다.
한국 정부는 2021년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처음 공식화하고 의결 절차도 밟았지만, 가입 신청 전 필요한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동력을 잃었었다. 다만 이달 초 내놓은 ‘미 관세협상 후속 지원 대책’에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 박상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