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서 ‘지귀연 수사’ 채근 드러나

입력 2025-09-24 18:45
정청래(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조희대 청문회’를 두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는 것은 역사의 코미디”라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공수처에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를 채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이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 부장판사 축출용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대법원도 ‘신중 검토’ 의견을 내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회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이재승 공수처 차장에게 “지 판사 수사가 어느 정도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공수처는 지 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차장이 “최선을 다해 진행 중”이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렇게 답할 일이 아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혹시 (해당 사건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가 아니라서 수사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지 판사가 고발된 지가 언제인데 지금까지 연락도 결과도 없고, ‘수사 중이니 말할 수 없다’ 계속 그러면 공수처가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건을 빨리 종결해줘야 국민도 공수처에 ‘수사 범위도, 인력도 늘려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른 시일 내 수사해 법원에도 결과를 통보하고, 수사 대상이 아니면 아닌 대로 결과를 법원에 알려 조치를 취하게 해 달라”고 압박했다.

법사위는 전날 이 의원과 김용민·장경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 중 지난 22일 발의된 김 의원 안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등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행 공수처법은 수사 범위를 이들의 직무 관련 범죄(뇌물수수, 직권남용 등)로 한정한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과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 등 여권이 불만을 가진 특정 법관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맥락상 특정인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게 너무 분명하고, 사실상 민주당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할 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위에 참석한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도 수사 대상 확대 조항에 대해 “고위공직자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공수처 설립 취지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사위 전문위원도 “수사권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구자창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