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 마이크론 “고성능 HBM4 내년 양산”… ‘3파전’ 예고

입력 2025-09-25 00:55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적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업계 예상과 달리 내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양산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3파전’의 막이 올랐음을 알렸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13억2000만 달러(약 15조7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6% 증가한 39억6000만 달러(약 5조52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특히 HBM이 실적 견인의 한 축을 맡으며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입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HBM 매출이 20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이는 연간 매출이 거의 8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HBM 고객사도 6곳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을 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서버, 로봇, 자율주행 시장 등이 확대되면서 내년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당시 스마트폰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기기 교체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HBM4 양산 계획을 함께 발표하며 일각의 성능 논란도 일축했다. 최근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HBM4에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초당 10기가비트(Gb) 이상의 속도를 만족시키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메흐로트라 CEO는 “2026년 HBM4로 전환할 예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초당 11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제공할 수 있다”며 “2026년 2분기 첫 양산과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4와 비슷한 성능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력 소비, 발열 등의 문제는 추후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HBM4 경쟁 참전으로 메모리 반도체 3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가장 먼저 HBM4 12단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하며 선두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자사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한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출하했으며 연내 양산 체제 구축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이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를 앞둔 HBM3E와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한 HBM4 수출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점유율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