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고객 이탈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회사 매각 절차가 중단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피해 고객들이 롯데카드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지난 5일 롯데카드 인수 희망 기업 임원진과의 미팅이 예정돼 있었으나 해킹 사태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는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해킹 사실을 신고하고 18일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MBK의 롯데카드 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K는 2022년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와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매각에 실패했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3조원이었다. MBK는 지난해 말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두 번째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에는 몸값을 2조원대로 낮췄지만 해킹 사고 변수로 당분간 인수 희망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카드 정지나 해지 등으로 롯데카드를 떠나는 고객이 잇따르면서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한 실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롯데카드는 지난 1일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 297만명 중 카드를 정지하거나 해지한 고객이 15만8733명이라고 밝혔다. 탈퇴한 고객은 1만5949명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할부 등으로 당장 해지 등을 못 하는 고객을 고려하면 이탈 고객은 꾸준히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을 추가로 낮추지 않으면 롯데카드가 인수합병(M&A) 시장 장기 매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그간 ‘롯데’라는 대기업 계열사 이미지 효과를 봐 왔는데, 이번 해킹 사고로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닌 것이 널리 알려져 기업 가치 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 산업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가 이미 카드사를 보유한 상황에서 해킹 사고까지 더해져 당분간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대주주이기도 한 MBK는 이날 홈플러스에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MBK가 홈플러스에 투여한 자금은 기존 3000억원에 더해 모두 5000억원이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현재 회생 목적의 기업 매각이 추진 중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