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자신이 7개의 전쟁을 해결할 동안 유엔은 아무 성과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6년 만에 유엔총회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이민 정책 옹호와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본부 연설에서 “유엔은 정말로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그 잠재력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이 하는 일은 강하게 표현된 서한을 작성하는 것뿐이고 후속 조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7개의 전쟁에서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고 지금도 다른 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슬프게도 모든 경우에 유엔은 도움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고 해당 국가의 모든 지도자와 직접 협상했지만 유엔으로부터 그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전화 한 통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집권 2기를 시작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고, 최근 김 위원장도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작 이날 연설에선 북한이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동안 네 차례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3번 언급했었다.
트럼프는 유엔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서도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2000년까지 전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고, 1989년 또 다른 유엔 관리는 10년 안에 전체 지구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유엔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만약 당신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만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치 문제의 즉각 해결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로이터통신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라면서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