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설서 유엔 비난한 트럼프… 북한은 언급 안 해

입력 2025-09-24 18: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정상 연설은 통상 15분 안팎이 권고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자신이 7개의 전쟁을 해결할 동안 유엔은 아무 성과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6년 만에 유엔총회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이민 정책 옹호와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본부 연설에서 “유엔은 정말로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그 잠재력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이 하는 일은 강하게 표현된 서한을 작성하는 것뿐이고 후속 조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7개의 전쟁에서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고 지금도 다른 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슬프게도 모든 경우에 유엔은 도움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고 해당 국가의 모든 지도자와 직접 협상했지만 유엔으로부터 그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전화 한 통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집권 2기를 시작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고, 최근 김 위원장도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작 이날 연설에선 북한이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동안 네 차례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3번 언급했었다.

트럼프는 유엔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서도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2000년까지 전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고, 1989년 또 다른 유엔 관리는 10년 안에 전체 지구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유엔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만약 당신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만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치 문제의 즉각 해결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로이터통신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라면서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