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뒤로 밀고 조희대만 겨눈 여권

입력 2025-09-24 18:52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칼날이 점차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핀포인트 압박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주문한 뒤 점차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 촉구, 자진사퇴·탄핵 요구로 압박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여당 강경파의 대법원장 청문회 결정에 당내 반발이 확산하자 정청래 대표는 “삼권분립 사망 운운은 역사의 코미디” “대법원장이 뭐라고 호들갑”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강경파는 이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설 예정이지만 여론의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정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민의힘과 언론이 조희대 청문회를 두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는 것은 역사의 코미디”라며 “진짜 삼권분립을 망가뜨린 사람은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여야 할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희대 청문회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며 “조 대법원장 등 증인들은 청문회에 출석해 입법부의 권한 행사에 협조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강경파의 돌발 행동에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입니까”라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께서는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옹호했다. 당내 반발에도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추 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내란 실패 후 윤석열이 제거 목표로 세운 이재명을 사법적으로 제거하려고 벌인 ‘조희대의 9일 작전’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연일 촉구하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이 계엄 주체 세력한테 협조를 분명히 요청받고 협조했을 확률이 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진행된다면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비상계엄에 협조한 사실까지 밝혀낼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인식이다. 하지만 현재 제기된 수준의 의혹만으로 대법원장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엔 부담이 있다. 여당이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도 강제 수사를 촉구할 단서를 찾는 측면이 크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30일 예정된 청문회에 불출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는데, 민주당은 불출석을 계기로 여론전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법개혁 이슈가 조 대법원장 거취 문제로 전환되면서 지나치게 정쟁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9.9%로 집계됐다. 자진사퇴(29.0%)와 국회 탄핵(16.4%)은 도합 45.4%였다.

김판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