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연기 논란’ 신라호텔, 수억원 예식비 전액 지원

입력 2025-09-25 02:06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전경. 호텔신라 제공

신라호텔이 국가 행사 일정을 이유로 결혼식 예약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이들에게 예식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식당 지원되는 금액은 최소 1억~2억원대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해 이례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최근 예식 취소 통보를 받은 예비부부들에게 희망하는 날짜로 예식을 옮기고, 식대와 시설 이용료 등 결혼식 비용 전액을 호텔 측이 부담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하는 결혼식은 선택 항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억~2억원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객 식대, 화훼 장식, 음악·영상, 부대비용 등에 따라 수억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원 규모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계약서에는 ‘국가 행사로 예식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호텔 측이 비용 보전을 통해 논란 수습에 나선 것은 브랜드 신뢰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이 고객 예식비를 전액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신라호텔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승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라호텔은 일부 예비 신혼부부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이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전달했다. 호텔 측의 일방적인 취소 안내를 받은 이들은 결혼식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예식장을 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신혼여행 항공편·숙박 비용과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이른바 ‘스드메’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해 위약금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신라호텔 측은 국가 행사 성격과 구체적 취소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다음 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이유로 꼽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자리한 서울 신라호텔에는 시 주석의 투숙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014년 방한 때도 이곳에 머문 바 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킨 것이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해당 호텔에 결혼식 취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라호텔은 이번 보상 방안에 대해 “고객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가 행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예식 일정이 조정된 고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고객별로 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