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성장률 정체, 주가 못지않게 구조개혁 매진해야

입력 2025-09-25 01:30

한국 경제성장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전 세계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음에도 한국의 경우 종전처럼 1.0%로 유지했다. 특히 저성장의 상징 격인 일본에 대해 3개월 전보다 0.4% 포인트 오른 1.1%로 전망하면서 2년 만에 한·일 성장률이 역전될 처지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경제의 회복 여부는 구조 개혁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과 주식 상황판에 매달리는 사이 실질적 경제 체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외부 시각이 나온 것이다.

OECD는 9월 경제전망에서 세계 성장률을 3개월 만에 0.3% 포인트 올린 3.2%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와 엇비슷한 수준의 주요 20개국(G20) 성장률도 2.9%에서 3.2%로 상향됐다. 경제 1위 미국은 1.6%에서 1.8%로, 중국은 4.7%에서 4.9%로,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거라던 캐나다도 1.0%에서 1.1%로 올랐다. 전반적인 성장률 상승에 OECD가 내린 분석은 관세 인상을 피하려는 조기 선적 수요에 따른 생산과 무역,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였다. 주요국 중 우리만 여기서 비켜났다는 얘기다. 3개월 전보다 전망치가 대폭 뛴 일본의 경우 견조한 기업 이익과 투자 증가세가 호재로 꼽혔다. 제조업 및 수출 주도 성장, 관세 압박의 유사한 환경에 놓였음에도 우리와 달리 일본의 성장세 확대가 두드러진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IMF는 단순한 전망 제시를 넘어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으로 생산성 향상, 인구구조 변화 대응, 연금개혁 등의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연례협의차 방문한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장은 24일 “(한국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 위험이 높다”며 재정건전화, 그중 재정준칙과 유사한 ‘재정 앵커(기준점)’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정 방만 추세로 나가선 안 된다고 주문한 것이다. 임기 내내 확장 재정으로 국가채무가 500조원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개의치 않는 정부가 곱씹어 볼 조언이다.

경제 심리가 바닥일 때 돈 풀기와 주가 부양이 의미 없지는 않다. 다만 OECD·IMF의 제언대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투자 확대, 규제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는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 정부가 간절히 바라는 주가 5000시대도 기업 실적, 혁신 없이는 모래성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가 자축 모드에서 빠져나와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 ‘만성 저성장’의 타이틀은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