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도국 특혜 포기”… APEC 앞두고 美에 유화책

입력 2025-09-24 19:27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AFP연합뉴스

중국이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별·차등대우’(SDT)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개도국 특혜 포기를 6년 만에 수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회동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에 유화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새로운 SDT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WTO 개혁의 핵심이자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며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WTO는 2001년 11월 ‘도하 선언’을 채택한 뒤 개도국에 대해 자유무역 의무 완화와 규범 이행 유예 등의 SDT를 제공해 왔다. WTO는 개도국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지만 회원국은 스스로 지위를 선택할 수 있다. 도하 선언 당시 WTO 가입이 승인된 중국은 자국의 지위를 개도국으로 선언했고 이후 24년간 SDT의 혜택을 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이던 2019년 7월 경제력을 갖추고도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부여받은 국가에 대해 무역 특혜를 중단할 것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이에 한국도 1995년 WTO에 가입하면서 선언했던 개도국 지위를 2019년 10월 공식 포기했다. 이후 6년 만에 중국도 개도국 특혜를 내려놓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 총리의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19일 통화에서 다음 달 한국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만나기로 합의한 이후에 나온 것”이라며 “양대 경제 대국의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브리핑에서 리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의 개도국 지위와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며 “관련국들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DT를 포기하되 개도국 지위는 유지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도국 통칭)의 좌장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