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브랜드 최초의 전기 목적기반차(PBV) ‘더 기아 PV5’(PV5)를 출시하며 다목적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PV5는 업무와 일상, 여가를 아우를 수 있게 설계돼 택시, 배송, 운송 등 상업용 차량은 물론 개인 이동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PV5는 직선을 강조한 견고한 이미지로 안정감을 떠올리게 하는 첫인상을 준다. 차량을 정면에서 마주하면 단단한 이미지와 함께 다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옆모습과 뒷모습은 영락없는 운송차의 면모를 갖췄다. LED 헤드램프와 3분할 범퍼, 도장 공정이 필요 없는 무도장 검은색 보닛 등은 파손 시 수리 기간을 줄여주고 수리비 부담을 낮췄다. 잦은 사고로 업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 ‘기사님’들의 마음을 헤아린 세부 설계가 돋보였다.
실내는 운전석 대시보드 상단과 센터 공간 곳곳에 수납함을 배치해 장시간 운전에도 편의성을 높였다. 패신저 모델 2열은 레그룸(다리 공간)이 넉넉해 장거리 이동에도 무리가 없었다. 택시로 이용할 경우 5인승으로 많은 인원이 타기는 어렵지만, 승용 택시보다 쾌적한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카고 모델은 최대 5165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해 상업용으로 최적화됐다. 카고의 후면 양문형 도어를 열면 사람이 설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나와 상하차 작업이 편리하다. 1열과 적재 공간은 칸막이로 분리돼 있어 룸미러 대신 주행 중 후방 시야를 카메라로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PV5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 맞춤형 차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듈화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통해 최대 16종의 바디 조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승합차, 냉동차, 택배 전용차 등 다양한 특장차로 확장할 수 있다. 기아는 이미 세스코, 지오영, 우정사업본부, DHL,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협업하며 PBV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PBV 시장은 전기차 전환과 맞물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 인근 카페까지 왕복 약 80㎞ 구간에서 패신저와 카고 두 모델을 모두 시승해 보니 기동성이 돋보였다. 덩치 큰 차임에도 도심 주행에서 의외로 날렵하고 뛰어난 기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 회전반경 5.5m 설계 덕분에 좁은 골목을 지날 때나 주차를 할 때도 부담이 없었다.
속도를 올렸을 때도 전기차답게 가속 페달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도로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흔들림이 적어 상업용으로 쓰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특히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은 전방 차량 흐름과 운전자 패턴을 분석해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감속을 가능케 해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다소 작은 배터리 용량과 짧은 주행거리다. 패신저는 71.2kWh(롱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한 단일 모델로 나왔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58㎞를 갈 수 있다. 카고 모델은 롱레인지 기준 최대 377㎞를 가지만, 51.5kWh 스탠다드 사양은 주행거리가 280㎞에 그친다. 업무 중 잦은 충전으로 불편할 수 있겠다.
기아 관계자는 “PV5의 주행거리는 도심형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수준으로 소비자 조사에서도 대부분 운전자의 하루 주행량이 350㎞ 이하로 나타났다”며 “향후 고객 수요에 따라 대용량 배터리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