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성공한 선배들 영향 커… 진로 탐색·자립 의지 큰 도움”

입력 2025-09-24 18:48
지현주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장이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 센터장은 2017년 4월부터 9년째 자립준비청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전국 최장기 센터장이다.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 제공

자립준비청년의 주거 안정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삼성의 대표 사회공헌(CSR) 프로그램 ‘삼성희망디딤돌’. 2016년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15개의 삼성희망디딤돌센터 보금자리가 들어섰고, 연내 인천센터가 개소할 예정이다. 취업을 앞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직무 교육 과정은 10개로 늘었다.

지현주(54)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장은 2017년 4월부터 올해까지 약 9년 동안 자립준비청년의 성장을 지원해온 전국 최장기 센터장이다. 그는 청년들이 다양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진로 교육 확대와 함께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 어른들의 자립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센터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선배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얘기해주는 게 마음에 와닿는다고 한다”며 “실질적인 자립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체 생활에 익숙한 자립준비청년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자립 성공의 경험을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해를 거듭하며 확대되고 있는 진로 교육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 센터장은 “센터장 부임 초기만 하더라도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업종의 멘토가 많지 않아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지역 내 취업이 비교적 수월한 전문 직종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이었다”며 “최근엔 진로 지원 프로그램이 강화되며 청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립준비청년의 특징이 있다면.

“자립준비청년들은 시설 퇴소 또는 보호 종료 청년임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자립준비청년에게만 주어지는 각종 정책적 기회들을 놓치곤 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아 선택권이 있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

“자립준비청년들은 단체 생활에 익숙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보호 종료 초기부터 자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일상 생활 지도가 필요하다. 관리비·공과금 내는 법,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등 일반 가정의 청년들이 부모님에게 배우거나 어깨너머로 터득하게 되는 것들을 이때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가며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2박3일, 3박4일, 1~3개월 등 자립 체험을 하며 홀로 서는 훈련을 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교육도 이뤄지나.

“홀로 서야 하는 만큼 목돈을 관리하거나 용돈을 관리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 예적금 등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사회에 나와서도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방법이나 SNS상의 교제로 인한 재정적 탕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이 바라는 도움은.

“학업 중인 청년들은 소득이 없고 주거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착 지원 제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울러 입시 준비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지도를 원한다. 구직 중인 이들은 구직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비롯해 무엇보다 본인의 적성을 찾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분들이 있었으면 한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여전히 각종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적응을 위해 대인관계 역량을 키우거나 고용 유지 등에 대한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진로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유명 강사가 진행하는 외부 특강도 좋지만 청년들은 자립했던 선배 멘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교육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선배들이 유사한 환경에서 살아 왔다는 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성공한 선배를 통해 자립 의지도 다질 수 있다. 진로 탐색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선배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만족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에 입주한 자립준비청년들이 지난 6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취 생활에 필요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 제공

“한국고용정보원이 진행하는 ‘보·청·기’(보호종료 청년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찾아가는 상담)와 자체 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가온누리’가 도움이 됐다는 평이 많다. 체계적인 진로 상담을 제대로 받아본 경험이 없던 청년들에게 고용센터 견학 및 진로·취업 상담이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된다. 진로 교육뿐 아니라 일대일 맞춤 요리 교육도 인기가 많다. 스스로 식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배달 음식을 덜 먹게 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터 건립 이후 자립지원 전담기관이 설립·통합됐는데 시너지가 있었나.

“2016년 삼성희망디딤돌 대구센터가 설립된 이후 2022년 정부가 전국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설치하면서 자립지원 전담기관도 위탁 운영받게 됐다. 센터 운영의 노하우가 자립지원 전담기관 운영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야근하는 실무자들을 본인 생활실로 초대해 라면을 끓여주던 청년도 있었다. 퇴거 후에도 집에 초대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도 또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간식을 챙겨와 나눠주기도 한다. 아울러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면서 큰 행복감을 느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