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ND 전략’, 분단 고착화나 비핵화 유야무야는 경계해야

입력 2025-09-25 01:20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엔드(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냉전 종식 방법론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고육지책인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첫 글자를 딴 ‘엔드(END) 이니셔티브’로 냉전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교류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고, 남북 및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를 진전시켜 비핵화까지 추동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론은 앞서 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3단계 방안으로 제시한 핵 프로그램 ‘중단·축소·비핵화’만큼이나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북한이 “남한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겠다”고 한 데서 보듯 현재로선 교류가 시작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책임자가 북한에 꾸준히 관계 회복을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를 바란다는 것 또한 북·미 회담을 원하는 북한에는 나쁘지 않은 메시지다. 북한이 지금은 전략적 차원에서 거칠게 반응하지만 남한의 진정성을 알리는 메시지가 쌓이다 보면 결국 태도가 바뀔 개연성도 없지 않다. ‘괌 포위사격’을 위협하다 돌연 몇 달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고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게 그들이다.

다만 이번 방법론에서 남한과의 교류나 남북 관계 진전 단계를 죄다 건너뛰고 대뜸 북·미 관계 정상화나 북·미 수교 등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내세우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기정사실화해 분단을 고착화할 수 있어서다. 야권 등에서 ‘엔드 이니셔티브’가 자칫 통일의 끝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교류와 관계 정상화가 비핵화를 위한 전제여야지 앞의 두 단계만 이뤄지고 비핵화는 유야무야돼서도 안 된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있을지 모를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 패싱이나 북핵 용인과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미국에 반복해서 우리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