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확산되며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공장의 상황을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응용하는 데까지는 반복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이 상황에 맞게 AI를 학습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최근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산업 현장에서의 AI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LG AI연구원이 일상 속 AI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AI를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 7월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에 선임된 임우형 원장을 최근 서울 강서구 LG AI연구원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머신러닝과 음성인식 분야 전문가로, LG의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한 응용 연구로 계열사 사업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난제들을 해결해 왔다. 임 원장은 “공장에서의 수요·가격 예측이나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필요하다”며 “아직 유지 보수가 많이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불과 3~4년 사이면 훨씬 더 편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크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의 AI 기술이 기존 사업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관점에서 LG의 여러 계열사가 연구·개발(R&D)이나 소재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 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존에는 사람이 정보를 검색해서 정리했던 것들을 AI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서를 생성하기도 한다. 공장 스케줄링 최적화를 통해 좋은 수율을 만들어내는 데도 에이전틱 AI가 활용된다.”
-실제 AI가 공장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하자면.
“LG화학에 납사(나프타) 원료를 갖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공장에서는 적절한 온도 조절과 원료를 탱크에 분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전문가들이 언제 어느 탱크에 원료를 보내고 온도와 속도를 조절할지 결정했다. 이제는 AI가 여러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이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도출해낸다. 올해 봄부터는 AI를 적용하는 비중을 높여서 100% AI가 만든 스케줄로 운영하고 있다.”
-AI가 공장 가동을 전부 책임질 수 있겠나.
“현장에 가보면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날씨나 주변 환경에 영향 받는 등 어렵고 복잡한 조건들이 많다. AI는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최소 2~3년 이상은 AI 학습을 진행하면서 보완해야 한다. 사람 업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역량 높여야 하는 것처럼 AI도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쓰는 AI도 환각 현상 등 여전히 보완점이 많다. 언제쯤 완벽하게 AI가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를 업무에 활용하려면 좀 더 정밀해져야 한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불과 3~4년 안에는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AI 서비스들이 나왔을 때 환각을 모두가 걱정했지만, 요즘엔 환각 현상이 많이 보완됐다. AI를 업무에 쓰려면 완벽해져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극복하는 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AI 모델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모델은 아직 글로벌 활용도 측면에선 떨어지는 것 아닌가.
“미국이나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고객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대고객 서비스보다는 LG 그룹 중심으로 국내 여러 기업들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점유율을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성능의 AI를 만들어서 실제 유효하게 활용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LG의 AI 모델이 글로벌 경쟁력를 보여 줄 분야가 있다면.
“특화된 AI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특화된 AI를 잘 만들려면 범용 AI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범용 AI가 잘 갖춰져야 특화 AI가 우수한 AI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LG 그룹 내에서 본다면 제조업, 화학, 통신서비스업 등 필요한 업무들에 대해서 전문적 AI를 만들려고 한다. 공장 내에서 활용될 수 있는 AI나 가전제품·통신사 서비스에 들어가는 AI, 상품 서비스에 들어가는 AI도 고려할 수 있다. 사업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AI를 고민하고 있다.”
-국내 첫 교육부 인가 사내 대학원인 LG AI대학원이 내년 문을 연다.
“LG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전문적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외부에 일반 대학원도 많이 있지만, LG AI대학원은 그룹 내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분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와 연관돼 있는 연구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대학원 학생들은 국가 AI 사업 과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AI 역량을 키울 수 있다. LG AI연구원 랩장들이 겸임 교원을 맡고, 전임 및 외부 교수진도 보강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입학하는 석사 과정생은 3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사 과정은 3학기, 박사 과정은 2년 내외로 진행된다. 졸업생들은 육성 관점에서 계속 관리할 생각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