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고 보람도 있고… 노인일자리 ‘용돈벌이’ 이상 효과

입력 2025-09-25 00:12
제주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사업 ‘탐나는 에코’에 참여한 한 노인이 페트병을 수거함에 담고 있다. 노인들은 이 사업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안전손잡이와 같은 고령친화용품과 의류, 키링 등 자원순환형 제품을 생산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제주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사업 ‘페트야 놀자’에 참여 중인 남영순(73·여)씨는 일주일에 3번 정해진 구역에서 페트병을 수거하고, 수거된 페트병의 이물질과 비닐을 제거한 뒤 뚜껑을 분리한다. 통상 100ℓ짜리 대형 비닐봉투 2개를 거의 다 채울 정도의 양이 나온다. 이렇게 모인 페트병은 재활용 공정을 거쳐 조끼, 안전손잡이바, 키링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된다. 남씨는 “우리가 모은 페트병으로 가방과 신발 같은 걸 만든다니 보람이 있다”며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하니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고령사회 대응과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04년 시작된 정책이다. 대상은 65세 이상으로 건강 상태 등을 심사해 참여자를 선정한다. 지역사회 봉사나 환경정화 같은 공익형은 월 30시간에 약 27만~29만원을, 돌봄이나 안전 등 사회서비스형은 월 60시간, 7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급한다. 실버카페, 실버택배 같은 시장형도 있다.

노인일자리는 ‘용돈 벌이’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1년 노인일자리 사업 정책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참여하는 노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2016년 107만4000원에서 2019년 114만8000원으로 7만4000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관적 건강상태 평가는 3.7점에서 3.9점으로 높아졌다.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도 3.4점에서 3.7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만족도가 높은 배경에는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동체 의식과 자존감이 꼽힌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노인일자리 ‘탐나는 에코’에 참여 중인 김여선(74·여)씨는 “단체가 어떻게 행동하고 활동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으니 같은 공간에서 일해도 불편하지 않게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전통문화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는 ‘제주사랑마씸’ 사업 참여자 홍승희(61·여)씨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사진 찍기 같은 것을 정식으로 하다 보니 ‘내가 개발되는구나’ 하고 느낀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 84만5000개였던 노인일자리를 올해 109만8000개 수준까지 늘렸다. 문제는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참여자의 안전사고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안전사고는 2020년 2048건에서 2024년 4036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일자리법에 ‘안전한 활동·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체계 마련’ 등의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사고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일자리사업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은 3명뿐이다. 이 인력으로는 사업 수행기관의 위험성 평가나 현장점검 업무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발원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관련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 사후관리 계획 수립·운영 등을 위해 최소 30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인력 지원이 전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