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제110회 정기총회가 개회한 22일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본당. 회무가 진행되는 내내 예배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회무장엔 총회대의원(총대)과 교단지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출입문 옆에 도열한 질서유지위원들이 일일이 신분을 확인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회의장 내 긴장감은 문 바깥까지 감돌았다. 목사 부총회장의 후보 자격을 둘러싼 총대들의 고성은 이날 저녁 회무에서 절정으로 달아올랐다. 같은 시간 예배당 바깥에선 노란색 조끼 차림의 성도 10여명이 둘러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번 정기총회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날 본당 문 앞에서 기도한 한 자원봉사자는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총대들이 다투는지는 잘 모른다”면서도 “하나님의 뜻을 아름답게 이뤄가며 화합하는 총회가 되길 기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목사님과 장로님의 정치적 소통은 세상의 방식과 달랐으면 한다”며 “목사님들께서 안에서 화해하고 교인들에게도 모범이 되면 좋겠다. 갈등의 끝에 하나님께서 선한 결과를 맺어주시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올해 예장합동 정기총회에선 서대문교회(장봉생 목사) 성도 1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예장합동에선 주로 신임 총회장이 속한 교회의 성도들이 안내 주차 등 봉사를 도맡는다.
봉사자들은 이르면 오전 5시부터 봉사를 시작한다. 오후 9시30분 총대들이 저녁 회무를 마친 뒤에도 한 시간가량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귀가한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백정님 서대문교회 권사는 “오전 5시40분엔 일어나야 6시30분 전철을 타고 늦지 않게 충현교회에 올 수 있다”며 “새벽예배 반주자나 셔틀버스 자원봉사자들은 나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고 귀띔했다.
본당 바깥에서 묵묵히 총회를 떠받치는 손길은 다른 교단 정기총회에서도 목격된다. 예장통합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선 영락교회 교인 250명이 매일 봉사자로 나서 성(聖)총회를 뒷받침한다.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정기총회엔 권사회와 여전도회, 안수집사회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영락교회는 총대들을 위한 휴식 공간과 간식도 따로 준비했다. 교회는 총대들에게 제공할 간식 맛집을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고, 여전도회 회장단에서 이를 시식하며 간식거리를 선정했다. 비가 쏟아진 24일엔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총대들에게 우산을 나눠주었다.
교회 시설도 개선됐다. 영락교회는 교회 설립 80주년과 이번 정기총회를 동시에 준비하며 교회 베다니광장과 50주년기념관 재보수를 진행했다. 김순미 총회준비위원장은 “영락교회는 역대 가장 많이 정기총회를 유치한 교회”라며 “총회와 총대들을 잘 섬기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적 환대를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10회 정기총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제115차 정기총회 회의장 안팎에서도 묵묵히 봉사를 이어가는 성도들이 적지 않았다. 올해 기장 정기총회에선 한신대 학생 10명의 손길이 더해졌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생들은 회의록 복사와 안내, 투표용지 배포, 회의 진행 보조 등을 맡았다. 기침 정기총회에서 만난 차오훈 새소망교회 장로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주차 봉사를 맡았다. 차 장로는 “교회가 하나 되고 서로 협력하는 정기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3일 개회한 예장합신 제110회 총회도 1년간 준비해 온 봉사자들의 헌신 위에서 진행됐다. 예장합신 총회는 부총회장이 아닌 직전 총회장이 속한 노회와 교회가 다음 총회를 준비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총회장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를 미연에 방지하고, 총회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예장합신 총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이석 동부교회 장로는 “우리 총대들께 모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하나하나 세심히 점검하며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장로는 “1년 만에 서로 만나보는 총대들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이 보이며 모임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소원한다”며 “총회가 경쟁의 장이 아닌 화합과 교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성 김동규 김용현 박윤서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