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논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인가”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국정조사나 탄핵 카드를 꺼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는 의미의 정치적 공세로 해석되지만 그럼에도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정치권이 사법부의 최고책임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을 거론하는 것은 오만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정 대표는 청문회 의결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협의가 없었다며 이를 엇박자라고 평가한 보도에 대해 “언론이 이간질, 갈라치기 하는데 꿈 깨길 바란다”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청문회를) 열심히 해 달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가 자체로 했는데 큰 문제가 없다. 지도부도 잘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 청문회를 주도한 강경파 의원들을 밀어주면서 단일 대오를 강화해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도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또 “언론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삼권분립 운운하는 건 역사의 코미디”라는 얘기도 했다. 음모론에서 비롯된 청문회 개최의 무리수를 지적한 언론 보도를 여당 대표가 ‘이간질’ ‘코미디’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부적절하다.
정치인의 발언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해석해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금도는 있다. 정 대표의 언급은 법원의 재판 진행과 판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사법부를 쥐고 흔들 수 있고, 보도 내용이 구미에 맞지 않으면 언론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뉘앙스로도 읽힐 수 있다. 오만은 무리수를 낳고 무리수가 반복되면 끝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된다는 교훈을 민주당과 정 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