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죄책감 들지 않도록 따뜻한 말·태도로 대해야

입력 2025-09-27 03:06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처음 유족에게 상황을 알리고 소통하는 경찰 소방관 사회복지사 등을 초기 반응자(First Responder)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들의 전문적인 배려입니다. 유족은 모든 일의 절차를 처음부터 하나씩 겪어가야 합니다. 장례식도 채 치르기 전에 경찰 조사 등에서 잘 모르는 일들에 대해 답해야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지훈님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인이 돌아가신 사유나 사인에 대해 질문받는 건 유족에게 이중의 고통입니다. 따라서 초기 반응자들은 이런 유족의 충격 상태를 이해하면서 최대한 부드러우면서 중립적인 표현으로 질문하고 반응해야 합니다. ‘자살 행동’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실’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말과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유족이 애도 과정을 경험하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일 겁니다.

초기 반응자와 주변의 반응은 유족이 도움을 청하는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서 ‘가족이 잘못해서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화는 유족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애도 과정의 진행을 어렵게 합니다. 심한 죄책감은 우울감을 동반하고, 모든 일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자기 비하로 이어져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것도 힘들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자살은 그 누구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적인 것부터 전문적인 영역까지 연결된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남아있는 이들이 좀 더 자신을 지키고 서로 연결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강명수 한국자살유족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