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 4일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인 선수 465명은 40개 직종에서 기량을 겨루며 우리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술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돼 존중과 포용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넓힌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선수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섰다. 기술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다시 사회로 이끄는 힘을 증명한 서사였다. 지적장애를 가진 조진성씨는 취미와 봉사활동이 전문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자전거조립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그는 사이클 동호회 활동 중 자전거를 조립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돕기 위해 영문 전문 서적을 참고하며 실력을 키웠다. 봉사에서 시작된 관심이 기술로 확장된 그의 여정은 장애가 결코 한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기술은 오히려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였다. 올해 대회가 특별했던 이유는 기술 변화와 장애인의 도전이 맞닿은 무대였다는 점이다. 3D프린팅, 모바일앱 개발, 영상콘텐츠 제작 같은 시범직종은 장애인의 직업세계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나아가 이번 대회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취업은 물론 창업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확장의 발판이 됐다.
척추 손상으로 후천적 장애를 얻은 전호욱씨는 코딩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웹마스터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대회를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에 몰두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전국대회 금메달에 그치지 않고 국제대회까지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기술의 발달은 장애인의 일터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AI 코딩 도구는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보완하고, 로봇 자동화 시스템은 신체 제약을 넘어 고도의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음성인식,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은 장애인이 교육과 훈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 기능경기대회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대회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사회 속에서 발휘되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장애인이 더 많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용의 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에서 의무고용률 상향이 결정된 것은 우리 사회의 포용이 확장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폐막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는 장애인의 도전정신을 확인했고, 기술과 포용이 만나 만들어낼 내일을 함께 보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장애인이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넓히고,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다해 진정한 포용국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그 첫걸음을 보여줬다. 다음 발걸음은 우리 사회 전체가 내디뎌야 한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