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7호선은 부산 중구에서 출발해 경북·강원도 등을 거쳐 휴전선까지 이어진다. 경북 포항시부터 동해 바닷가를 따라 도로가 형성돼 있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 등이 동해선 철도 개통으로 오가기가 더욱 편해졌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는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곳곳에 조성돼 있다.
포항 해안선은 남·북으로 204㎞ 펼쳐져 경북 동해안 전체 해안선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그 해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의 하나는 환호공원에 설치돼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스페이스워크’를 걷는 것이다. ‘마치 우주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는 의미로 이름을 얻은 이색 조형물이다.
스페이스워크는 최대 높이 57m에 이르는 총 길이 333m의 트랙에 계단 717개, 지지 기둥 25개로 이뤄져 있다. 멀리서 보면 구름을 닮은 거대한 철 계단 형태의 구조물이다. 철로 이어진 유려한 곡선과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한다. 이곳에 오르면 영일만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포항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트랙처럼 360도 원형의 구간도 있지만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는 없다. 경사의 일정 부분까지 갔다가 되돌아가야 한다.
안전을 위해 한 번에 최대 150명까지 동시 체험할 수 있다. 키 110㎝ 이하는 이용할 수 없고, 만 12세 이하는 보호자와 함께 오를 수 있다. 주변에 무료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스페이스워크에서 약 3㎞ 떨어진 여남해변에는 ‘포항 해상스카이워크’가 있다. 총 길이 463m, 평균 높이 7m로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보도교다. ‘하늘을 걷는다’는 이름처럼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바다 위 공중에 뜬 듯 동해 푸른 물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상다리는 빨간색 바탕에 동그랗게 이어져 바다 가운데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설계됐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에 위치한 ‘이가리 닻 전망대’를 만난다. 푸른 해송과 아름다운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인근에 선박을 정박시키는 닻을 형상화해 조성됐다. 전망대는 길이 102m, 높이 10m 규모로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중심부에는 빨간 등대모형이 닻의 끝부분엔 배의 키 모형이 있다. 키를 잡고 등대의 안내에 따라 배를 움직여 이가리 해변에 정박하면서 닻을 내리는 모습으로 촬영하면 선장이 된 기분이다. 상공에서 보면 거대한 화살표 같은 전망대는 ‘우리 땅’ 독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서 독도까지 직선거리는 약 251㎞다.
영덕으로 들어서면 강구면 삼사리에 있는 길이 233m의 삼사해상산책로가 눈길을 끈다. 영덕군 남정면과 강구면의 해안을 걷는 영덕블루로드 D코스 중 일부다. 상공에서 보면 시원하게 바다 위로 뻗어 나간 부채꼴 또는 병따개 모양이다. 입구로 들어가 손잡이 부분을 지나면 좌우로 한 바퀴 돌아올 수 있게 돼 있다. 해수면에서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 산책로 아래로 푸른 물결이 바닷속 암초에 부딪혀 하얀 물거품으로 부서지는 모습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삼사해상공원은 동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양 복합공간이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공원 정면에 세워진 ‘경북대종’이다. 29t에 달하는 이 대종은 매년 제야의 밤 행사와 새해 해맞이 행사 때 타종식에 사용된다.
영덕에서 울진으로 접어들면 바로 후포면이다. 후포항 뒤에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있다. 높이 20m, 길이 135m 규모로 웅장하다. 중간에는 강화유리바닥이 있어 발아래로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탁 트인 시원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파도 소리는 머리와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당장이라도 바닷속으로 빠질 것만 같으면서도 바다 위 하늘을 걷는 듯한 아찔함을 선사한다.
스카이워크 중간에서는 후포 갓바위도 볼 수 있다. 한 가지 소원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의상대사를 사모해 용으로 변한 선묘 낭자를 표현한 작품이 설치돼있다.
스카이워크는 후포 등기산 공원과도 연결돼 있다. 등기산은 예부터 낮에는 깃발을 꽂아 위치를 알리고 밤에는 봉화로 뱃길을 안내했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64m로 나지막하지만 뱃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위치였다. 1968년 이곳 등기산에서 첫 불을 밝힌 후포등대는 불빛이 35㎞에 이른다. 울릉도와 제일 가까운 등대이기도 하다.
여행메모
해상 산책로 모두 무료 입장·무료 주차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 전망대
해상 산책로 모두 무료 입장·무료 주차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 전망대
스페이스워크·이가리 닻 전망대, 삼사해상산책로·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무료주차장도 조성돼 있다. 다만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내리면 출입이 제한된다.
바다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도 있다. 포항은 강원도 양양, 부산 송정과 함께 서핑객들로부터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손꼽힌다. 포항시 흥해읍 용한리 해수욕장은 최근 몇 년 새 서핑 명소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영덕 블루로드 D코스 ‘쪽빛 파도의 길’은 남정면 부경리 대게공원을 출발해 장사해수욕장, 남호해수욕장을 거처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강구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총 15㎞의 탐방로다. 장사해수욕장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유인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이 강행된 곳이다. 전적비와 위령탑이 세워져 있고 바다에 당시 상륙함인 ‘문산호’가 재현돼 있다.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은 기후와 먹거리 등 바다가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알려준다. 길이 393m에 이르는 바다마중길393 끝에서 만나는 수심 7m 바닷속 전망대도 살아 있는 바다를 실감케 한다.
포항·영덕·울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