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장 ‘형님’ 현대차… 토요타·혼다·BMW도 시동

입력 2025-09-25 02:38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업계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충전 인프라 구축과 주행거리 확보 등 손대기 어려운 문제가 수두룩해서다. 지금은 시기의 문제일 뿐, 전기차 시대 도래를 부정하는 전망은 보기 힘들다. 수소차 시대가 오긴 할까. 업계 전망은 분분하다. 수소는 전기보다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연료지만 상용화가 가능할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차에 베팅한 완성차업체들이 있다. 일단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토요타, 혼다, BMW 등도 차분히 수소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2만대를 돌파했던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023년 1만6413대, 지난해 1만2866대로 감소했다. 완성차업체가 본격적으로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건 1990년대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지난 6월 수소차 넥쏘 2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수소 저장탱크 용량을 6.69㎏으로 늘리고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를 720㎞까지 확대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사업성을 보면 투자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도래할 미래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 건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다. 토요타는 올해 초 일본에서 개최된 ‘H2&FC 엑스포’에서 3세대 수소연료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전 시스템보다 내구성을 배로 높였다. 연료 효율은 약 1.2배 개선했다. 셀 설계 및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 비용도 대폭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이후 일본·유럽·북미·중국 등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수소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토요타는 2023년 일본과 중국에 수소 세단 크라운을 출시했다. 토요타 영국법인은 픽업트럭 하이럭스에 수소연료 전지를 얹은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수소차 미라이도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판매 중이다. 토요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을 개발해 일본의 내구레이스에 참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는 건 양산차를 넘어서는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일본 완성차업체인 혼다도 수소차 개발에 팔소매를 걷었다. 2050년까지 모든 차량을 수소차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브랜드 베스트셀링카인 CR-V에 수소연료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을 지난해 공개했다. 이 차량엔 제너럴모터스(GM)와 10년 넘게 공동 개발한 2세대 수소연료 시스템을 탑재했다. 혼다의 양산형 수소차 클래리티의 시스템보다 생산 비용을 반 이하로 줄였다. 2023년 12월부터 일본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3세대 수소연료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2027년 양산 예정이다.


‘내연기관차의 명가’ 독일 브랜드 중엔 BMW가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3년 토요타와 맺은 파트너십을 지난해 강화했다. 2028년 수소차 양산 모델을 처음 출시할 계획이다. 이 차량엔 토요타가 개발한 3세대 수소연료 시스템을 탑재한다. 완전히 새로운 수소차를 양산하는 건 아니고 기존 모델에 수소연료 시스템을 추가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5 기반의 수소 프로토타입인 iX5 하이드로젠을 선보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iX5 하이드로젠 수십 대가 테스트 용도로 운행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당장 수소차 확산의 가장 큰 난관으로 거론되는 건 충전 인프라다. 충전소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한 차량이 충전을 마치면 다음 차량은 일정 시간 대기한 뒤 충전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거점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트럭이나 버스 분야에서 수소차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업계관계자는 “승용차에 비해 하루 주행거리가 길고 무거운 짐을 운송해야 하는 대형 트럭의 경우 짧은 충전 시간, 긴 주행 가능 거리, 넉넉한 힘을 제공하는 수소차의 장점을 한층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각국에선 상용차 부문에서 수소 에너지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를 출범했다. 장거리 물류 운송에서 디젤 트럭을 수소 트럭으로 전환해 청정 물류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의 시범 프로젝트다. 현대차는 여기에 수소트럭 30대를 공급했다.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 양산에 성공했다. 스위스에 처음 수출한 이후 현재 유럽에만 100대가 넘는 엑시언트를 운행하고 있다. 누적거리는 1500만㎞를 넘는다.

유럽에선 벨기에·프랑스·독일·스위스 등의 물류 창고와 자동차 공장에서 H2하울(HAUL)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기엔 이베코가 개발한 수소 트럭이 사용된다. 혼다는 2027년 이스즈와 함께 개발한 대형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그룹의 다임러 트럭은 2027년 양산이 목표인 수소 트럭의 장거리 운송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볼보트럭·스카니아·만트럭 등 상용차 업체도 수소 트럭 개발과 실증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에 2027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완전히 끊는다는 내용의 ‘리파워 EU’(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2030년까지 재생 가능한 수소 생산량을 1000만t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유럽에선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의 도시 16곳에서 수소 버스 약 300대와 충전 인프라를 보급하는 ‘JIVE 프로젝트’도 최근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수소에너지 확산을 추진한다는 점도 수소차 시대 도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은 2022년 ‘수소 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까지 수소차 5만대 보급, 재생 수소에너지 연간 10만~20만t 생산,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035년에는 수송·저장·전력 발전·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선 수소차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수소차 판매량은 7113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55%를 차지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 세계적인 전기차 확산에 영향을 줬다. 그들이 수소차 산업에 눈을 돌렸다는 건 수소차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