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흑산공항, 여객수요 뻥튀기… 수익성도 부실

입력 2025-09-23 18:40
지난 5월 17일 독도 선착장에서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가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촉구하며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울릉도 ‘1시간 생활권’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 울릉공항의 여객수요가 최대 49% 과도하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활주로 길이가 짧아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이 어렵고, 취항 예정인 항공기 2종 중 1종은 비가 오면 운항을 멈춰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23일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울릉·흑산 공항의 항공 수요 예측치가 과다 책정됐다고 밝혔다.

당초 국토부는 울릉공항의 여객수요(2050년 기준)를 연간 107만8000명, 흑산공항은 108만명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울릉·흑산 공항의 여객수요를 재산정한 결과, 기존 예측치 대비 울릉공항은 최대 49% 감소한 55만명, 흑산공항은 83% 급감한 18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교통수단이 해운에서 항공으로 옮겨가는 수치인 전환율 추정치 역시 부풀려졌다. 국토부가 조사한 울릉 지역의 교통수단 전환율은 81%에 달했는데, 감사원이 재추정한 결과 40%로 반토막났다. 흑산 역시 72%에서 32%까지 줄었다.

울릉공항은 항공기 체급 대비 활주로 길이가 짧아 이착륙의 안전성 우려가 주민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감사에서도 울릉공항에 취항할 80석급 항공기 2종은 최대 탑재중량일 때 이륙거리가 활주로 길이(1200m)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항공기는 우천 시 제동거리가 15% 늘어나 착륙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공항이 장기적으로 운영되려면 항공사의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당 최소 72명이 탑승해야 하는데, 짧은 활주로가 걸림돌이 됐다.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A항공기는 전체 72석 중 7석을 비워야 하고, B항공기(114석)는 최대 탑재중량 기준을 줄이거나 비가 오면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사업 타당성 재검토, 시설 규모 조정 등 적절한 추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