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부자재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현장에선 조립만 하는 탈현장(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처벌 기조 강화, 현장 근로자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확대 등 달라진 건설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에 ‘모듈러 주택 활성화’가 담기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OSC 분야가 향후 ‘뉴노멀’이 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123억원이던 모듈러 주택 시장은 2023년 8055억원으로 커졌다. 2030년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지난 2년간 특허청에 출원한 ‘PC 모듈러 공법’과 ‘PC 공법’ 관련 특허 14개를 모두 등록했다.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은 콘크리트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PC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면 PC로 방, 화장실 등의 완성형 3D 부재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결합만으로 시공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주거용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PC 라멘조’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라멘조는 기둥과 보가 슬래브(판 형태의 구조부재)를 지지하는 구조다. 아파트에는 대개 벽식구조(벽체가 건물의 하중을 지지)가 쓰인다. 라멘조는 기둥과 보를 통해 바닥 진동이 분산될 수 있어 층간소음 저감에도 효과적이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PC 제조 자회사인 GPC와 목조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해 OSC 공법의 확대를 적극 추진해왔다.
OSC 공법 투자 확대 배경에는 달라진 건설업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OSC 공법은 기존 철근콘크리트(RC) 방식보다 적은 인원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탄소배출량이 줄어 친환경적이고, 규격화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지기 때문에 건축물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다. 현장 작업이 많지 않아 사고도 적다. 인력난과 산재, 환경 문제를 두루 해결할 수 있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OSC는 ‘정해진 미래’라고 보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들의 기술 수준이면 OSC로 고층화도 가능하다. 다만 조금 더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미비한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OSC 공법 적용은 아직 시작 단계다. 활성화의 걸림돌로는 ‘높은 비용’이 꼽힌다. 표준화와 대량생산 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기존 RC 대비 공사비가 비싸다. 규제 장벽도 있다. 현장 건설 중심으로 만들어진 분리발주 규제는 OSC 공법과 맞지 않는다. 이준성 이화여대 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OSC는 제조업의 개념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 공법이 정착하려면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