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여당 강경파 잇단 돌발 행동… 당내서도 불만 고조

입력 2025-09-23 18:41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오른쪽)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지난 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수감 특혜 제공 의혹 관련 현장검증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여권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강경파가 주축인 민주당 법사위가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도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라는 초강경책을 꺼내 들어 보수 야권을 결집시키고, 사법개혁 추진에 대한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에만 소구하려는 행보가 사안의 본질인 ‘조 대법원장의 사법적 중립성 훼손’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법사위에 사전 소통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법사위가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사전 교감 없이 기습 처리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지도부는 한껏 거리를 두고 있다. 이날 김병기 원내대표가 주재한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에서 조 대법원장 청문회 문제를 언급한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정청래 대표 역시 침묵했고, 당 차원의 논평도 나오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법사위 강경파 의원들의 돌발 행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사법부가 알아서 받을 비판을 민주당이 떠안는 모습”이라며 “민주당이 내란 재판 책임론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강경파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측면이 있다”며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활용할 카드를 강경파 의원들이 다 써 버려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강성 의원들의 돌발 행동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자기 정치’라는 시선도 있다. 한 의원은 “지도부 차원에서 생각하는 정국 관리 구상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출마에 욕심이 있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주요 이슈를 치고 나가면 지도부가 난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 주축인 추미애 위원장과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서영교·전현희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의원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 제기 방식이 거칠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추가 증거 없이 서 의원이 제기한 ‘조희대 4인 회동설’을 느닷없이 청문회까지 키운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실제 대법원장 청문회를 여는 건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경파의 행보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여야가 경색되며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첫 회동에서 성과를 낸 민생경제협의체는 이미 시작을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꼭 사전 조율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다”며 “압박 카드에 따른 반응을 지켜보며 지도부가 추가로 조율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되거나, 재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민주당은 그동안 뭐했느냐’는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판 송경모 성윤수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