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이 올해 하반기 채용 인원을 전년 동기보다 100명가량 줄였다. 은행권에서 모바일 뱅킹 확산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등을 이유로 점포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은 수개월째 손대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채용을 진행해 지난달 말까지 서류를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하나은행은 이달 중순, 신한은행은 23일 각각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5대 은행으로 묶이는 NH농협은행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4대 은행의 채용 예정 인원은 총 645명이다. 우리은행이 195명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180명, 하나은행 170명, 신한은행 100명 순이다. 4대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모두 74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그보다 95명이 적다. 신한·하나은행이 각각 30명, KB국민은행은 20명, 우리은행은 15명 줄였다.
4대 은행은 상반기 몸집을 줄였다. 총 560명을 뽑아 채용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0명보다 30명 많았지만 이 기간 퇴직(희망퇴직 포함) 인원이 740명에서 963명으로 223명 증가했다. 퇴직 인원 증가율은 30.1%로 채용 인원 증가율(5.6%)의 여섯 배에 이른다.
은행권의 인력 축소는 점포 감축과 맞닿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 은행 점포는 2019년 말 총 6738개에서 지난해 말 5625개로 5년 새 1113곳(16.5%) 감소했다. 해당 기간 대상을 4대 은행으로 좁힐 경우 줄어든 점포 수는 1171곳(29.6%)으로 전 은행 점포 감소치를 웃돈다. 4대 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점포를 줄여왔다는 의미다.
은행권은 유휴 인력이 늘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 점포에서는 현금 거래가 많지 않아 시재(거래 후 남은 현금) 점검에 드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 데다 대출 업무의 핵심인 서류 작성도 전부 인터넷과 모바일로 해 서명을 빠뜨리는 등의 실수가 없다”면서 “10년 전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상반기 은행권의 점포 축소 가이드라인 ‘은행 점포 폐쇄 공동 절차’ 개선 작업에 착수했지만 3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고도 점포를 폐쇄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삭제해 점포 폐쇄를 어렵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은행권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금융 당국에서 면허를 받아 영업하는 곳인 만큼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면서 “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점포를 과도하게 줄이면 노인 등 금융 취약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